우연(偶然) 어쩌면 필연(必然)
임석재
한국연구재단 감사총괄팀 선임연구원(작가/행정학 박사)
안녕하십니까.
한국연구재단 감사총괄팀 임석재 선임연구원입니다. 지면을 통해 국제공인내부감사사(CIA) 합격수기를 쓰려고 하니 문득 ‘우연(偶然)’이라는 단어와 ‘필연(必然)’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먼저 ‘우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2006년 8월 1일 자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교육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연구재단에 입단하여 대학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교육부 정부합동감사단으로 2년간 파견근무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감사 분야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었기에 파견 기간은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꽤나 의미 있는 경험의 시간이었습니다. 파견 복귀 후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개발비를 정산하는 정산팀장으로 2년간 근무하며 보람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기관 내 감사인 공모에 지원하여 2024년 1월부터 감사실에서 근무하며 내부통제, 특정감사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대부분의 직장인처럼 제게 주어진 감사업무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이때까지, 저는 국제공인내부감사사(CIA)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다음은 ‘필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감사업무에 익숙해져 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기관의 강성식 상임감사님이 <감사저널>과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고 그 내용이 <감사저널> 2024년 9월호에 소개되었습니다. 상임감사님은 <감사저널>을 감사실 직원들이 읽어 볼 수 있도록 나누어 주셨고 저 또한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를 마무리하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상임감사님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두껍지 않은 <감사저널>을 차근차근 읽다 보니 마지막 부분에 ‘CIA 합격수기’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사법고시도 아니고 도대체 얼마나 어려운 시험이기에 합격수기까지 쓰는 걸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음 한편에는 ‘공공기관의 근무 특성상 2~3년 주기로 순환근무를 하는데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에서 국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면 꽤나 보람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이때가, 제가 국제공인내부감사사(CIA)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순간입니다.
이렇게 작은 관심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CIA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는 계획은 세우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2025년이 되었고 새해 계획을 세우던 중 문득 CIA 자격증이 생각났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여유 시간에는 국제공인내부감사사를 찾아봤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국제공인내부감사사’ 또는 ‘CIA’를 입력하고 관련 자료를 부지런히 읽고, 관련 영상을 차근차근 봤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한 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자격증이기에 지금, 당장,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전문교육기관이라는 곳의 홈페이지를 찾아 CIA와 관련된 내용들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곳에도 합격후기가 있었기에 이번에도 차근차근 읽으며 자격증 취득에 대한 의지를 다졌습니다.
저는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었기에 주말을 이용해 서울에서 진행되는 강의를 들을 계획이었습니다. 마침, 2025년 1월에 설명회가 있었고 그것을 신청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주말 강의가 시작되기 전, 조금 더 CIA에 대한 이해도를 향상시키고, 강의가 진행되는 공간에 대한 적응력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설명회에서 CIA 자격시험이 2025년 8월 28일부터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강의내용도 바뀐 시험에 맞추어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아직 시험공부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 첫 단추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설명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KTX에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내게는 맞지 않은 시험인가?’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서 9월 이후부터 시험을 쳐야 하나?’ ‘회사도 다녀야 하는데, 언제까지 시험공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데’ 등등 이런저런 생각이 잠시 스치고 오래 머물렀습니다. 고민은 주말에도 이어졌고 아내와 제 고민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결심했습니다. ‘진짜 열심히 공부해서 100일 안에 개정 전 PART1과 PART2를 합격하고, 다시 100일을 부지런히 공부해서 개정 후 PART3를 합격한다.’ 이것이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이후 PART3까지 개정 전 기준으로 공부해서 최종 CIA 시험에 합격했지만, 이때의 다짐만큼은 최종 합격 때까지 잊지 않았습니다. 가끔 시험공부가 힘들고 지칠 때면 제 자신과의 약속을 생각하며 공부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이고자 했습니다.
저는 거꾸로 생각했습니다. 먼저 최종 합격일을 정해두고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정이 제가 접했던 다른 합격자들의 수험기간보다 훨씬 짧았기에 시험 과목별 특성에 따른 저만의 전략을 세웠습니다.
전체 전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PART1→PART2→PART3 순서로 공부한다.
- PART1과 PART2는 동시에 공부한다.
- PART1 시험은 준비가 되는대로 최대한 빨리 친다.
- PART1 시험 후 결과와 관계없이 PART2 시험을 친다.
과목별 전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정말 단순했습니다.
- PART1은 IPPF(국제내부감사직무수행방안) 등 시험 범위 내 자료들을 암기한다.
- PART2는 다양한 문제를 많이 풀어본다.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2시간 30분(PART1), 2시간(PART2, PART3) 동안 CBT(Computer-based Test) 방식으로 시험이 진행되기에 체력관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주말 오전에는 대부분 아이와 함께 수영장에 가서 1시간 정도 수영을 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2025년 1월 12일부터 PART1과 PART2를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00일이 되는 시점인 2025년 4월 24일에 PART1은 합격했고, 그 기세를 몰아 2025년 5월 2일에 PART2까지 합격하고자 했지만 593점을 받아 커트라인으로 아쉽게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PART2는 재시험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최종 합격까지 시간을 절약하고자 PART2와 PART3를 함께 공부했습니다. 이때 제가 공부한 PART3는 개정 후 버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때가 가장 힘든 기간이었습니다. 불합격에 대한 경험치가 있었고, 불합격 점수가 커트라인이라고 하지만 재시험에서 그보다 잘한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CIA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시험에서 내가 무엇을 맞았고, 무엇을 틀렸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니 어떤 분야를 더 공부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PART2 시험은 PART1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에 이미 합격한 PART1도 다시 공부해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PART1, PART2, PART3를 동시에 공부한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2025년 6월 13일에 PART2 재시험은 합격했습니다.
이때 다시 고민했습니다. 최초 계획처럼 PART3를 개정된 시험범위(재무관리가 없는)에 따라 계속 공부하고 9월 이후에 시험을 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공부를 계속 이어가 9월 전까지 시험을 끝낼 것인가,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개정된 시험범위가 있는 PART3는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었고, 이미 재시험을 포함하여 세 번의 시험으로 조금 지친 상태였기에 잠시 여유를 가져볼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공부해 보니 개정된 PART3는 PART1, PART2 시험을 준비할 때 공부한 내용과 유사해 보였습니다.
고민 끝에 제 결정은, 그냥 모험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8월 27일까지만 개정 전 내용으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니, 기회는 딱 2번 있었습니다. 7월에 한 번, 8월에 한 번. 여기서 합격하지 못하면 9월에는 개정된 내용으로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정신없이 외우고 또 외우고 또 외웠습니다. 개념 이해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 회계, IT, 사이버보안은 도서관에서 대여한 개론서 등으로 큰 개념을 잡았습니다.
이런 정성이 통했는지 마지막 PART3 시험도 2025년 7월 16일에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번의 재시험이 있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긍정적 자극이 되어, 특히 커트라인 점수로 불합격한 것이, 무엇보다 마지막 제출 전 한 문제의 답안을 수정한 것이, 9월 이후로 예정했던 PART3의 시험을 7월에 응시하게 했습니다.
최종 결과입니다.
PART1 2025.4.24. 합격
PART2 2025.6.13. 합격(2025.5.2. 불합격)
PART3 2025.7.16. 합격
수험기간 동안 하루에 적어도 5시간은 공부시간으로 확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새벽 5시~7시(2시간), 점심 12시~13시(1시간), 저녁 8시 30분~10시 30분(2시간)은 공부시간으로 정해두었고 대부분은 그 시간이면 공부했습니다. 주말에는 아이, 아내와 함께 동네도서관과 국립세종도서관을 번갈아 다녔습니다. 도서관에서는 한 번에 3시간 이상을 집중해서 공부했고, 주중에 외우고 이해했던 것들을 확인하고 점검했습니다. 돌아보니 더없이 치열하게 공부했던 6개월이었습니다. 저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CIA 수험기간 동안 관심과 격려 그리고 응원을 보내준 강성식 상임감사님, 서형관 감사실장님 이하 감사실 동료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바짝 곁에서 수험 생활을 묵묵히 지켜보며 때로는 응원 또 때로는 위로를 보내준 아내와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각에도 묵묵히 CIA 자격증 취득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잠시 마음을 모아 소망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응원합니다.